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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사람들은 이상해. 몇 억씩 대출받아 어렵게 집을 샀으면 그만큼 누려야 할 거 아냐. 집에서 편히 쉰다든가 하면서. 근데 왜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생활을 하는 걸까?"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뭔가 이상한 물음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무리해서 고급 호텔을 숙소로 잡아 놓았는데, 여행 스케줄을 너무 빠듯하게 짜 놔서 새벽부터 일어나 조식 먹고 나가서 투어 마치고 밤늦게나 들어와 정작 숙소에선 잠만 자는 그런 삶' 같은 것 아닐까? 여행은 시간이 짧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일상에서 마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빚을 지고 산 집에서 빚을 갚기 위해 매일 야근하며 무리하게 일하다 훅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면 그건 좀 슬플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일을 하는 직장과 생활을 하는 집이다. 그 두 가지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된다면 그 삶은 행복하기 힘들다. 특히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집이란 여행지에서의 숙소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평생을 살아갈 동네를 찾는다는 것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공간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 여행의 경험을 통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내 삶은 일 년에 한 번 떠나는 휴가지가 아닌, 매일 출퇴근하며 지나치는 일상 속에 있는 거니까. 

 



'여행의 경험은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고 삶을 변화시키는가?'에 관한 여행 탐구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 」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곳에서 책을 예약 구매해주시는 분들께 특별한 선물을 드립니다.  

 

 

여행이 끝난 후에 시작된「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

20년차 여행자가 10년 간 쓴 여행탐구집, 일상에서도 지속 가능한 여행의 태도에 대하여.

www.tumblb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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