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사람들은 이상해. 몇 억씩 대출받아 어렵게 집을 샀으면 그만큼 누려야 할 거 아냐. 집에서 편히 쉰다든가 하면서. 근데 왜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생활을 하는 걸까?"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뭔가 이상한 물음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무리해서 고급 호텔을 숙소로 잡아 놓았는데, 여행 스케줄을 너무 빠듯하게 짜 놔서 새벽부터 일어나 조식 먹고 나가서 투어 마치고 밤늦게나 들어와 정작 숙소에선 잠만 자는 그런 삶' 같은 것 아닐까? 여행은 시간이 짧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일상에서 마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빚을 지고 산 집에서 빚을 갚기 위해 매일 야근하며 무리하게 일하다 훅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면 그건 좀 슬플 것 같다...
곁에 두고 늘 꺼내 읽는 책 중에 '담론'이 있다. 이 책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학문 탐구의 과정을 여행에 비유한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불만족스러운 일상’에서 출발해 ‘만족스러운 일상’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경험과 태도를 자신의 일상에 단단히 쌓아 올리는 것.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여행의 목적은 이것이다. 진정한 배움이 지식을 머리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여행이란 여행의 순간들을 글이나 사진 속에만 박제해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으로 끊임없이 소환시켜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멀리 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