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프로젝트/잘살아보세

정신차려보니

Guest Hongg 2013. 10. 28. 15:13

어느덧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콕 공항의 이륙 직전의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아니 어떻게 벌써 결혼식도 끝나고 여행도 끝나버린거지? 말도 안된다고.

융에게 궁시렁 댔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어느덧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결혼식 날 날씨가 참 좋았더랬다.

엄마가 하객분들에게 인사말씀 하러 나오셔서 꺼낸 첫 마디도,

오늘 날씨가 참 좋아서 정말로 행복합니다. 였던걸로 기억한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이보다 더 가을날씨일 순 없다를 뽐내기라도 하듯

결혼식 준비가 시작 되던 오전 아홉시부터 정리하고 레스토랑을 나서던 오후 네시무렵까지

정말 맑고 깨끗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좋은 가을 바람과 하늘 그리고 공기안에서 우리가 초대한 사람들과 함께

지난 몇 달 간 우리가 촘촘히 준비했던 그 모든 것들을 즐겁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또 다른 여행의 출발을 모두 축하해주셨고

나는 연신 헤헤 거리며 돌아다녔다.

중간 중간 융의 손을 잡고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우리는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쁜 신랑 신부였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어르신 분들도 함께 즐겁게 참여하실 수 있을까?

즐거워해 주실까? 이런 저런 걱정들이 있었는데.

식 끝나고 가장 행복해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 우리 엄마였던 걸 보면

다행히 모두 즐거웠던 것 같다.

엄마 친구분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이렇게 즐겁고 웃음이 나오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고 모두 말씀하셨다고.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메신저로 그 말을 전해듣고는

아 됐다 싶었다.

전적으로 우릴 믿고 어른들이 거의 관여 안 하신 결혼식이었는데

너무 우리 멋대로 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도록

정말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결혼식 당일에 맞춰 시뮬레이션 해봤던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고

결혼식 당일 저녁에 바로 태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탔었기에

그날 아침 일찍 부터 와서 테이블 세팅 도와주고

들러리 연습에 맹활약해 준 친구들에게 제대로 밥도 못 사주고 와서 미안했지만.


그래도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 둘은 손을 꼭 붙잡고 결혼식 처음부터 끝까지를 곰곰히 되새겨보며

이 정도면 지난 몇 달 간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던 것 대부분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된 거야 하고 서로를 토닥여주었다.


융과 내가 이렇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했던 적이

처음이었던 결혼식 준비.

중간 중간 우리는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크게 등 돌린 적 없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열심히 결혼식을 준비했고

결혼식 날 모든 것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무사히 생방송을 마친 아나운서들처럼

아슬아슬했지만 뿌듯했다.


이제 돌아온 현실에서는 다시 시작이다.

결혼식은 잘 끝났지만 우리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은 다시 시작이다.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해야 하고 전입신고도 해야 하고

여러 서류 작업들이 빼곡히 남아있다.

통장도 정리해야 하고 우리 둘의 얼마 되지 않는 재산도 잘 합쳐봐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에 결혼식을 준비하던 과정과 결혼식날의 모습들을

차근 차근 올려 볼 생각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