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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2015.09.04 out 07


아직도 생생하다. 저 때 저 순간의 나는 너무 행복했다. 나도 모르게 이번 여행 중 최초로 셀프타이머를 맞춰 놓고 저 순간의 나를 찍고 말았다. 그런 민망함 따위 무릅쓰고라도 기록할 만한 순간이었다. 돌아와서 보니 참 좋았구나 싶다.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저렴했지만 가장 좋았던 숙소였다. 찌압 아저씨 말로는 독일인 태국인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숙소라고 하더라. 비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리셉션도 여행자들로 끊임없었고 주인 부부도 돌아가며 상냥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생긴지 십 년 다 돼가는 숙소로 알고 있는데 그에 비해 시설도 무척 깨끗했고(아마 운 좋게도 내가 가기 직전에 새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다.) 웹에서 봤던 사진들에 비해 실제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타운과의 접근성이 좋아 스쿠터를 타지 않는 여행자도 충분히 걸어 다닐만한 거리다. 물론 스쿠터가 있는 편이 훨씬 편리하긴 하지만. 전형적인 방갈로형 숙소인데도 곰팡이 핀 습습한 냄새가 나지 않고 선풍기 하나만으로 충분한 통풍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베갯잇에서 큼큼한 냄새가 조금 나서 바꿔 달라고 하긴 했었다. 방 앞 테라스의 해먹은 역대 내가 이용해 본 해먹 중 가장 깨끗하고 시원하고 편안했다. 체크인한 후 저기에 쏙 들어가 애벌레처럼 몸을 웅크리고 두 시간가량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번 여행에서나 다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진작 여기로 올 걸 뭐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숙소다.

이 숙소를 체크아웃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틀밖에 묵지 못했다는 거다. 아마 3일 이상 혹은 1주일 이상 장기 체류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네고가 가능하리라. 1박 예약도 인터넷으로 하고 가는 것보다 직접 가서 현지에서 하는 게 좀 더 저렴했던 것 같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빠이에는 삐까뻔쩍한 리조트급 숙소들도 많이 생겨났고 나는 항상 비수기에 가기 때문에 숙소 값도 합리적인 편이라 이번 여행에서도 숙소 선택의 폭이 넓었었다. 반나절 정도를 드라이브할 겸 타운부터 외곽 10km 이내까지 쭉 둘러보았는데, 혼자 묵기에 이만한 숙소도 흔치 않을 듯. 한  달 정도 눌러살아도 좋을 법한 곳이었다.




체크인 직후 짐을 내려놓고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저 해먹에 누워 몇분을 멍하니 있었다.



체크아웃하고 떠나는 여행자들, 나를 반겨주는 개



한낮 더위에 이 프론트 아래만큼 시원한 데도 없을 거다. 숙소에서 키우는 개들



하루 300밧 치고는 너무 훌륭하고 깔끔함, 침대에 누우면 창문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솔솔 인사한다. 



방문 열면 바로 해먹 걸린 테라스



모닝 드라이브 후 타운에서 사 온 과일 스무디 먹으며 여기 누우면 정말 여기가 천국이구나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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