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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2015.09.06 out 09.07


빠이에서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온 나는 방콕에서 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올라온 꿍을 만났다. 여기 치앙마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안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항상 이 순간을 꿈꾸곤 했었다. 우리 같이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둘 다 손으로 만든 것에 관심이 많고 서울이나 방콕같은 대도시도 좋아하지만 치앙마이 같은 작은 도시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어쨌거나 그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사전에 꿍이 이 숙소를 예약해 놨었고 빠이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달려온 내가 오후 1시쯤 도착했다. 프론트에 미리 열쇠를 맡겨 둔 꿍 덕분에 나는 홀로 문을 따고 방에 들어왔고, 근처를 자전거로 돌아 보고 있던 꿍에게 숙소 내 와이파이로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꿍! 나 드디어 여기 도착했어. 지금 숙소 안이야. 꿍과 나는 그렇게 몇 달 만에 이곳에서 재회했다. 꿍을 마지막으로 본 건 아마 내가 서촌 구경을 시켜준다고 했던 올해 초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또 만났구나!


꿍이 말했다. 나는 방콕 친구들보다 홍쥐 너를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 맞아! 그건 네가 일 년마다 한국에 오고 내가 또 일 년마다 태국을 가니까 그런 걸 거야. 그렇게 우린 일년에 두 번은 보는 거다. 우리가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일요일. 치앙마이를 숱하게 와 봤지만 내가 선데이 마켓을 제대로 구경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늘 사람에 치여 진저리 쳤던 기억만 있다. 그런데 이 날은 조금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다. 우선 나와 쇼핑취향이 매우 비슷한 나의 베프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잡은 이 숙소에서 마켓까지 30초 거리라는 거였다. 사실 처음부터 선데이마켓을 위해 꿍이 이 숙소를 잡은 거였다. 부띠끄 숙소들이 그러하듯 분위기와 디자인이 좋았고 침대도 깨끗하고 편안했다. 다만 나무 계단이라 짐이 많은 여행자들은 다소 불편했을 듯. 우린 뭐 괜찮았다 .그렇게 이 숙소에서 나는 딱 하루만을 머물렀다. 물론 이 날의 일정은 선데이마켓으로 시작해 선데이마켓으로 끝났으므로 이 숙소에서 원하는 바 뽕을 뽑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최적의 위치였다. 마켓 중심가에서 아주 살짝 벗어난 골목 초입이라, 밤 늦게 시끄럽지도 않았다. 우리는 쇼핑하느라 밥 때를 놓쳐 허겁지겁 시장 먹거리들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고 화장대 의자를 간이 식탁으로 만들어 배 터지게 밥을 먹었다 .저 때가 아마 자정이었을 거다. 


만약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에 로망이 있는 치앙마이 초행자인 지인이 내게 숙소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곳을 추천하겠다. 신생 숙소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고 한국 웹에는 정보가 전혀 없지만 선데이마켓 메인 골목에 있는 웬만한 숙소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단 단기 일정의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1박 요금이 5-6만 원대로 아주 싼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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