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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2015.12.01 out 12.02

 

 

광주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게스트하우스 검색이었다. 오랜만에 아니 생각해 보면 처음 국내여행에서 혼자 묵어 보는 게스트하우스 숙박이 될텐데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묵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좋은' 숙소란 지난번에도 썼듯이 '청결, 방음, 접근성'에 부합하는 곳이다. 얼핏 검색해 보면 새로 지은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의 규모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딱 눈에 띄는데. 네이버 평을 보다 보니 여기는 현재 다세대주택을 불법 개조해 숙박업소로 정식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운영하다 시에서 경고를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그럴 수 있지. 근데 내가 결정적으로 이 곳을 가기 싫었던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께서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네이버 리뷰나 평점을 알바글을 동원해 엄청 덮으려 한 흔적이 역력했단 거다. 내 눈엔 그게 너무 빤히 보였으므로. 여긴 패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이상 걸리는 곳이라 그닥 매력이 없었다.

 

더 알아 보니 쌍촌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라는 스타 게스트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근데 리뷰도 별로 없고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데라 숙박 사이트에도 등록 돼 있지 않아 찾아갈 때까지 좀 반신반의 했다. 하룻밤이고 고작 2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 다인실을 쓰는 주제에 더 바라면 욕심이지 하고. 주인장에게 예약문자를 넣고 바로 입금을 하고 찾아갔는데. 역에서 정말 가깝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연채광에 반짝이는 이 집의 청결함에 압도 돼 나도 모르게 우와~ 소리가 났다는 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게 뭐야. 완전 깔끔하잖아. 게다가 냉장고 안에 둔 음식들과 식탁 위 과자와 커피들을 맘껏 드셔도 됩니다 라니. 이만원에 이렇게 장사하시면 이게 남나요? 라고 묻고 싶었다. 그럼 왠지 허허 웃으시면서 뭐 돈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까요, 라고 답할 것 같은 인상을 가지신 분이었다. 1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2층은 본인이 살고 계신다고. 주인장께서 알려주신 맛집도 완전 내 스타일이었고. 볼 것도 없는 광주에 왜 왔느냐 여기 빵집 가느니 서울 빵집을 한 번 더 가라. 라고 농반진반으로 던지시는 말들도 귀엽게 들렸다. 하하. 역시 잘 찾았으. 내 촉이 맞았으!

 

이날이 평일이기도 하고 해서 운 좋게 3개의 방을 3명의 게스트가 각각 독실처럼 쓰고 잘 수 있었다. 나는 일찌감치 광주 시내를 돌아보고 저녁 7시때 즈음부터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샤워실과 화장실이 안에 따로 분리 돼 있는 3인실을 혼자 썼다. 온수도 팡팡 나오고 침대 전기매트도 따끈따끈하고 샴푸 비누 수건 드라이어 할 것 없이 웬만한 비품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솔직히 2만원에 너무 사치스럽게 방을 쓰는 것 같아 이렇게 후기라도 남겨 놓지 않으면 주인장께 미안할 정도로 이곳에서 호사스런 밤을 보냈다. 저녁도 귀찮아서 그냥 이집 냉동실에 있던 피코크 왕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것으로 간편히 떼울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강진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가야 했는데 그냥 맘 편히 택시를 탔더니 기본 요금에 천원 정도 더 나오더라. 여러모로 광주 여행하기 접근성 좋은 동네였던 것 같다.

 

주인장 고향은 서울이라 하시더니 어떤 연유로 광주에 내려와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장사하면 곧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나서 성수기엔 항상 방이 꽉꽉 찰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광주에 내려가는 여성 여행자(성별을 붙이는 이유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여성 전용이기 때문이다)들에게 망설임 없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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